드디어, 대한민국 육군의 하늘을 책임질 새로운 국산 헬기, 바로 소형무장헬기(LAH)가 드디어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는 소식인데요. 지난해 양산 계획이 의결된 후, 이제 우리 군에 실질적인 전력으로 배치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하지만 LAH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수십 년에 걸친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LAH 개발의 숨겨진 이야기와 그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역할까지 자세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 30년 숙원사업: 노후 MD 500 대체를 위한 머나먼 여정
이야기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6년 면허 생산으로 도입된 MD 500 헬기는 어느덧 운용 연한이 훌쩍 넘어섰고, 80년대부터 이를 대체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 KLH 사업 (80년대 중반): '한국형 경헬기 사업(Korean Light Helicopter)'의 약자로, AH-1S 공격헬기를 보조할 정찰헬기 겸 노후 MD 500 교체가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후보 기종 성능 미달, 소요 대수 감소 등으로 1997년 BO105 12기 면허 생산이라는 아쉬운 결과로 마무리됩니다.
- KMH 사업 (95년 시작):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육군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하는 헬기 자체 개발을 목표로 '소형 다목적 헬기(KMH)'가 제안됩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이 계획 역시 좌초되고 맙니다.
- KMH 부활과 변신 (2001년 이후): IMF 위기 극복 후 KMH 사업은 재개됩니다. 초기 목표는 MD 500을 대체할 4~6톤급 소형 헬기였으나, 사업 확대를 노린 기업들의 움직임 속에서 UH-1 수송헬기까지 대체하는 중형급 기동헬기 및 공격헬기 동시 개발 사업으로 확장됩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의 수리온(KUH-1) 기동헬기 개발로 이어진 KMH 사업입니다. 헬기 크기도 15,000파운드급으로 대형화되고 생산 대수도 500여 대로 늘어났죠.
- KHP 사업과 공격헬기의 분리: 하지만 2004년, 경제적·기술적 타당성 문제로 KMH 사업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고, 2005년 KHP(Korean Helicopter Program)로 이름을 바꿔 수송헬기(수리온) 개발에 집중하게 됩니다. 문제는 수리온이 MD 500을 대체하기엔 너무 크고 비쌌다는 점입니다. 결국, 상위급 공격헬기(AH-X 사업, 아파치 도입)는 해외 직도입으로, 하위급 공격헬기는 수리온과 별개로 국산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힙니다.
🚁 LAH의 탄생: 민수용 LCH와 함께 날아오르다
여기서 또 한 번의 전환점이 생깁니다. 경공격헬기 개발에 '민수 판매'라는 조건이 붙으면서, 공격 전용 기체(탠덤식 조종석 등) 개발은 포기되고 민수용으로도 판매 가능한 형상에 무장을 탑재하는 '무장헬기'로 방향이 바뀝니다. 사업명도 **KAH(Korean Attack Helicopter)에서 LAH(Light Armed Helicopter, 소형무장헬기)**로 변경되었죠.
마침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도 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4톤급 민수용 헬기 개발 사업(LCH, Light Civil Helicopter)을 검토 중이었고, 2012년 국방부와 산자부가 협력하여 LCH와 LAH를 연계 개발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는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기술을 공유하는 효과적인 전략이었습니다.
- 총 개발비: 1조 6천억 원 (방사청 6,500억, 산자부 3,500억, KAI 2,000억, 해외 공동개발업체 4,000억)
🤝 해외 파트너 선정: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와의 만남
수리온 개발 사례처럼 LAH/LCH 사업도 해외 업체와 손을 잡고 이미 검증된 기체를 기반으로 공동 개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여러 후보 기종(S-76, Bell 430, AW169 등)이 경쟁한 끝에, 2015년 3월 에어버스 헬리콥터스(구 유로콥터)의 H155B1 (구 EC155) 모델이 최종 선정됩니다.
놀랍게도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는 H155B1 생산라인을 통째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넘기는 파격적인 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공동 개발 분담금 4,000억 원을 탕감받는 조건이었습니다.
🤔 H155B1 선정, 최선이었을까? 논란과 현실적 선택
표면적으로는 에어버스의 통 큰 양보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H155B1은 경쟁 기종에 밀려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었고, 에어버스는 이미 생산 중단을 계획하며 6톤급 신형 H160을 개발 중이었습니다. 즉, 에어버스 입장에서는 단종될 모델의 생산라인과 기술을 판매해 이익을 얻고, 틈새시장인 4.5톤급 헬기 수요를 LCH로 충족시키는 '꿩 먹고 알 먹는'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당시 산자부의 해외 판매 600대라는 장밋빛 전망은 다소 과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선택을 단순히 '당했다'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 고정익기 vs 회전익기 기술력 차이: 한국은 KT-1, T-50, FA-50, KF-21에 이르기까지 고정익 항공기 분야에서는 단계적으로 기술력을 축적해왔습니다. 하지만 헬기(회전익기) 분야에서는 70~80년대 MD 500 단순 조립 경험 외에는 독자 개발 기술과 노하우가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 유일한 선택지: 급증하는 노후 헬기 대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해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기술 습득이 불가피했습니다. 특히 LAH 입찰 경쟁사 중 우리가 요구한 수준의 기술 이전을 제시한 곳은 에어버스 헬리콥터스가 유일했습니다.
- 개발 리스크 감소와 기술 확보: 신규 개발이 아닌 기존 모델 기반 개발은 개발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생산라인 전체를 이전받음으로써 단순 조립을 넘어 헬기 제작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결국, 최신 트렌드의 기체가 아니고 체급의 한계(본격 공격헬기가 아닌 무장헬기)가 명확하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는 당시 한국의 현실에서 기술 축적과 국산 헬기 개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최선의, 그리고 어쩌면 유일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